<미래채널: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메가트렌드>
저자: 황준원/ 출판사: 21세기북스/ 2017.9
당신의 인공지능은 어떤 역할을 담당했으면 좋겠는가? 당신의 힘없는 말에도 유머러스하게 응답해주는 친구? 말만 하면 일을 능숙하게 처리해주는 비서? 당신의 이상형이자 설렘을 선사하는 아이돌?
위 세 가지 인공지능은 이미 존재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라별로 인공지능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는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친구로, 한국의 KT ‘기가지니’는 깍듯한 비서로, 일본의 ‘로보혼’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니 캐릭터로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다. 어떤 성격의 인공지능을 원하는지에 따라 어느 나라 제품을 구매할지 결정하면 되겠다.
<미래채널>은 인공지능, 가상현실(VR), 로봇,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드론 등 ICT의 발전과 다가오는 미래의 모습을 분야별로 알기 쉽게 소개한다. 사진과 실제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전문가부터 학생까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령 아이폰에 대고 ‘시리야’를 한 번이라도 외쳐봤다거나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오늘 미세먼지 농도 어때?’라고 물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미래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현 시점에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고 싶다면 본서를 추천한다. 2016년, 휴대전화를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는 붐을 일으켰던 증강현실(AR)게임은 3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이나 안경을 사용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다. 스페인 이비자 섬에 마련된 레스토랑에서는 AR을 이용해 식탁 위 음식 사이로 나비가 날아다니거나, 정원을 거니는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리바이스 청재킷의 소매 끝을 쓰다듬으면 음악을 재생하거나 내비게이션을 실행할 수도 있다. 구글이 발명한 ‘스마트 실’ 덕분이다. 공항에서 지하철로 무겁게 끌고 다니던 여행가방은 이제 스스로 우리를 따라다닌다. 본서는 각각의 분야들이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소개하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진행될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무엇을 귀찮아하는가?” 이 질문이 우리의 내일을 만들 것이다. 우리가 귀찮아하던 것들은 모두 기술의 품에 맡겨버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본서에 실린 메르세데스-벤츠사의 콘셉트형 자율주행차의 사진을 본다. 근사한 그 공간 안에서 누구는 쉼을 얻고, 누구는 업무의 연장선에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구는 그 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낼 것이다. ‘운전’이라는 행위를 기술에 맡기고 그 시간에 ‘다른 것’을 수행하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기술의 발전이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는 소망 말이다. 운전은 자율주행자동차에게, 집안일은 스마트홈에게 맡기고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가 되는 것이 인간의 발전일까? 어릴 때 보던 SF 영화처럼 모든 일에 능숙한 인공지능과 편안함에 잠식된 인간 간의 싸움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며 막연한 불안감이 생긴다.
지난 주에도 나는 길 위에서 드론을 날리거나 360도 카메라를 들고 걷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의도치 않게 나의 모습은 저들이 생성할 VR화면에 노출될 예정이다. 나의 초상권과 개인정보는 이미 수많은 대중에게 공개된 지 오래다. 장차 개인의 권리와 기술의 진보 사이의 한층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누가 기준을 정해줄 것인가. 본서에서는 다음 세대를 미래에 대비시키기 위해서는 코딩 교육, 드론 교육과 같은 기술 트레이닝보다 아이들에게 창의성과 협동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시 반문한다. 기술도, 창의성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과 기준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할 수 있지만 하면 안 되는 것은 누가 기준을 정할 것인지,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지켜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진정한 인간성은 어떤 가치에서 발현되는가의 문제 말이다.